『대방광불화엄경』은 줄여서 『화엄경(華嚴經)』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부처와 중생이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것을 기본 사상으로 하고 있다. 천태종의 근본경전인 『법화경(法華經)』과 함께 한국 불교사상의 확립에 큰 영향을 끼친 경전이다. 구인사 소장 『초조본 대방광불화엄경』은 고려 현종(顯宗, 재위 1011∼1031) 때 부처님의 힘으로 거란의 침입을 극복하고자 만든 초조대장경 가운데 하나로, 당(唐)의 실차난타(實叉難陀, 652~710)가 번역한 『화엄경』 주본 80권 중 권 제74이다. 1011년(현종 2)에 거란의 침입에 맞춰 판각을 시작하여 10여 년 동안 판수제 등 개보판 대장경의 일부를 수정하였다. 1권 1축으로, 닥종이에 찍은 목판본으로 종이를 길게 이어 붙여 두루마리처럼 말아서 보관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 책은 화엄경 39품 가운데 제일 마지막 품인 입법계품의 후반부의 내용으로, 입법계품이란 부처의 경지에 들어간다는 말이다. 선재동자가 문수보살의 가르침을 시작으로 보현보살까지 53선지식(善知識)을 방문하면서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는 과정을 묘사한 것이며 그 핵심은 내 마음이 곧 부처라는 것이다. 책의 형태는 사주단변에 상하 변란고 22.2㎝, 장 크기 28.7×46㎝에 23행 14자로 되어 있다. 11세기 초에 새긴 목판에서 찍어 낸 것이다. 송(宋) 태조 조부의 휘인 경(敬)자와 겸피휘자인 경(竟, 鏡)자에 결획되어 있다. 재조본은 권말간기가 있고, 1행에 17자로 되어 있다. 권축은 있으나 누습으로 표지가 탈락되었고, 권수제에 ‘엄경(嚴經)’ 부분이 훼손되어 있고 밑에 함차표시인 ‘수(首)’자는 온전하다. 11세기 초에 간행한 우리나라 최초의 대장경으로 해인사대장경에 비해 새김이 정교하고 먹색이 진하다. 또한 매 행行의 자수가 14자로, 해인사본의 17자와 분명하게 구분되는 특징도 보인다. 누습으로 인해 권수에 일부 탈락이 있기는 하나 전체적으로는 보존상태가 양호하며 당대의 불교 및 서지학 연구에 귀중한 초조대장경 판본이다.
This Avatamsaka Sutra (The Flower Garland Sutra) preserved in Guinsa Temple is part of the original Tripitaka Koreana which was created during the reign of King Hyeonjong (r. 1011~1031) of Goryeo to pray for the Buddha’s aid in defeating the invading Khitans. This is the seventy-fourth of the eighty total volumes making up the Zhou version of the Avatamsaka Sutra, translated into Chinese by the Tang monk Shichanantuo (652~710). Although some parts at the beginning are missing due to moisture damage, this volume of the original Tripitaka Koreana, printed in the early 11th century, is in a decent condition of preservation over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