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상감‘상약국’명음각운룡문합은 고려시대 왕실 의료기구 중 의약을 담당했던 ‘상약국(尙藥局)’의 명칭이 뚜껑과 몸체에 백상감된 청자합이다. 합의 형태는 긴 원통형을 이루며 뚜껑 부분과 합신 부분이 정확하게 같은 높이로 되어 있다. 뚜껑의 측면과 합신의 상부에는 횡서한 ‘상약국(尙藥局)’ 명칭이 백상감되어 있으며 동일한 글씨체를 보여주고 있다. 글씨와 더불어 이 합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뚜껑 상부의 유약층 밑에서 볼 수 있는 은은한 운룡문이다. 문양은 3개의 발톱[3爪]을 가진 반룡(蟠龍)이 구름 사이를 헤집으면서 여의주를 물려고 하는 모습을 반양각과 미세한 음각으로 묘사하였다. 비색을 띠는 유약층 속에는 미세한 기포가 꽉 차 있어 신비로운 느낌을 주며 두터운 유층에서는 굵직한 빙열이 확인된다. 굽 안쪽에는 규석을 받쳐 구운 흔적이 남아 있어 이 합이 매우 격조 높은 청자였음을 알려주고 있다. 이와 유사한 유물로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인 <청자음각 ‘상약국’명 운룡문합>(보물 제1023호)과 일본 야마토분카간[大和文華館] 소장의 <청자음각 ‘상약국’명 합> 등이 있다. 이들 유물은 유사한 형태를 갖고 있으나 문양표현 기법과 크기 등에서 미세한 차이를 보인다. 이 청자합은 전라남도 강진군의 고려 중기 가마터에서 동일 명문파편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강진에서 제작된 것이 분명하다. 상약국은 『고려사(高麗史)』 권 77 「백관(百官)」 2 봉의서(奉醫署) 항목에서 이르기를 ‘왕이 먹는 약을 담당하였다. 목종(穆宗) 때에 상약국에 봉어(奉御)·시어의(侍御醫)·직장(直長)·의좌(醫佐)를 두었고, 문종(文宗) 때에 관제를 정했으며 충선왕 때 장의서(掌醫署)로, 공민왕 때 상의국(尙衣局)에서 봉의서(奉醫署)로 이름을 바꾸면서 직제를 개편했고, 최종적으로 공양왕 때 전의시(典醫寺)에 병합되었다’고 되어있다. 고려시대의 의료조직이던 상약국은 1103∼1126년 사이에 존속했던 중국 송(宋)대의 의료관제인 상약국을 모방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존 유물로는 송대의 정요(定窯)에서 생산된 ‘상약국’명 백자들과 요지 조사품들이 존재하고 있어 서로의 상관관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유물은 양식과 정황으로 볼 때 12세기 전반 경에 제작되었을 가능성이 높으며, 고려가 송의 제도를 수용하고 고려화(高麗化) 한 과정을 보여주는 자료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This celadon case bears the inscription “Sangyakguk,” which is the name of the bureau of medicine during the Goryeo period, on its lid and body, inlaid with white clay. The lid and the body of the long cylindrically-shaped case have the exactly same height. The name “Sangyakguk” is inlaid with white clay along the lateral side of the lid and around the upper area of the body, with the characters written across, in the same calligraphic style. Its style and other circumstantial evidence suggest a strong likelihood that this celadon case was made sometime in the early 12th century. The item is highly significant as an example showing how Song-dynasty customs and practices imported into Goryeo became gradually modified to attain local flav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