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기의 문신 신잡(申磼, 1541〜1609)을 그린 초상화이다. 신잡은 조선시대 중기의 문신으로 본관은 평산(平山), 자는 백준(伯埈), 호는 독송(獨松)이며 시호는 충헌(忠獻)이다. 임진왜란 때 비변사 당상으로 활약했으며, 이듬해 병조참판에 이어 평안도 병마절도사, 형조참판을 거쳤다. 1604년(선조 37)에는 호성공신 2등에 책록되어 평천부원근(平川府院君)에 봉해졌고, 후에 함경도 관찰사, 병조판서 등을 역임하였다. 신잡의 초상화는 가전하는 바에 의하면 1604년 송도유수(松都留守) 재위 당시, 영상이던 동국 김귀영(東國 金貴榮)의 조카뻘인 통사랑 김이혁(通仕郎 金履奕)이 그렸다고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진채의 대폭 초상화는 경험이 많은 직업화가가 아니면 그려내기 어렵기 때문에 이 설은 신빙하기 어렵다. 신잡 초상은 원래 종가에 봉안되었다가, 1613년(광해군 5) 12월, 공이 영의정에 추증되자 잔손과 진천군 유생들이 돈을 모아 영정각을 세우고, ‘노은영당(老隱影堂)’이라 사액(賜額) 받은 뒤 여기에 모셨다한다. 이 초상화는 오사모에 단령을 입고 의자에 앉아 있는 전신좌상이다. 사모의 높이는 낮으며, 얼굴은 30도 가량 오른쪽으로 돌리고 있다. 가슴에는 운안(雲雁) 흉배를 부착하고 있으며, 허리에는 삽금대(鈒金帶)를 두르고 있다. 높지 않은 사모와 몸체를 30도 가량 오른쪽으로 틀고 앉은 좌안칠분면(左顔七分面)의 자세로 인해 나타나는 양 어깨의 두께와 각도의 차이, 공수자세 사이에 비치는 흰 소매, 단령을 들고 앉음으로 인해 생겨난 세모꼴, 단령의 트임 사이로 내비치는 철릭 및 답호의 형상 및 배열, 족좌대(足座臺) 위에 팔자형으로 벌린 발, 바닥에 깔린 화려한 채전 등은 17세기 초 공신도상의 특징과도 상통한다. 안면은 전반적으로 좀 어두운 색조를 보여 가채(加彩)에 의심이 가지만, 높고 앉은 형세는 그다지 나타나 있지 않고 얼굴의 돌출한 부위에는 약간씩 어두운 적기(赤氣)가 삽입된다. 그러나 운문이 있는 청현색 포에는 옷 주름 처리에 있어 전혀 음영이 삽입되어있지 않아 17세기 초 당시의 표현기법을 보여준다. 조선시대 중기 정장관복본 초상화의 표현형식과 기법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노은영당에는 이 작품 외에도 후대에 똑같이 모사한 또 한 점의 신잡 초상화가 전해온다. 『독송재행적(獨松齋行蹟)』에 의하면 1800년 서울로 올라가 화가를 구하여 그렸다고 하는데, 후손들은 단원의 솜씨라 하지만 방증할 만한 자료는 없다. 이 모사본은 원본에 즉한 충실한 묘사력이 돋보이며, 두 점을 벽에 함께 걸어 놓고 바라보아도 구별이 어려울 정도이다. 그러나 자세히 관찰하면, 원본보다 안면에서 약간 경직된 기미가 느껴지며, 옷 주름처리에 있어 굴곡을 나타내기 위해 주름을 따라 음영을 붙여나가는 조선시대 후반기의 화법이 반영되어 있어 흥미롭다.
The whole-body portrait of Sin Jab (1541~1609), a civilian official during the mid-Joseon period, depicts the subject wearing an osamo (a hat worn by officials) and a dallyeong (a ceremonial robe worn by courtiers), seated on a chair. Many of the portrait’s features are very similar to those of portraits of meritorious subjects from the early seventeenth century, such as the low samo, the turning of the body to the right by about 30 degrees, the white sleeves visible on the folded hands, the cheollik (military officer’s coat pleated at the waist) noticeable through the slit of the dallyeong, the shape and arrangement of the dapho (a coat with a straight collar and short sleeves), the posture of the feet, which are spread out on each side on the footrest, and the splendid chaejeon (a type of mat) on the floor. This portrait clearly exhibits the style of expression and techniques of portraits depicting official uniforms worn during the mid-Joseon period.